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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날이어도 홍콩] 앞으로도 오래오래... 본문

■ 낯선 풍경 속으로/0704_Hongkong

[흐린날이어도 홍콩] 앞으로도 오래오래...

AoSmi 2007. 5. 5. 23:37
...by lantian

고유번호:5F719083470
생일:June 24, 1977

나이 서른이나 먹은 이 녀석 sx-70.

바랜듯한 느낌의 푸르스름한 Time Zero의 색감이 좋아서,
회화같은 느낌을 주던 매니퓰레이션에 반해서 시작했다가,
엄청난!! 필름값(그나마 이젠 쓰고 싶어도 단종되서 못쓴다. ㅠ.ㅠ)에
초좌절하고 책장 구석탱이에 박아두기도 했었더랬다.
그러다 개조후에 700필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저 쇳덩이 녀석, 참 많이도 끌고 다녔지.
2002년 차케아스 콘썰 후쿠오카행 때부터였으니까 대충 5년 즈음은 되었나보다.

튼튼한 쇳덩이 기계식. 노출도 촛점도 완전 수동식이라
요즘 나오는 폴라처럼 셀카란 가능도 안하고
(애초에 가능 안할 거 같지만 요령껏하면 수동으로도 셀카 한다! ^^)
나름 예민(?)하신 녀석, 다른 사람 손에 들려주면 영 까칠한 것이...
저 녀석으로 찍히 내 사진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지.

최근의 보급형에 비하면야 아웃포커싱도 되고,
실내에서도 제법 그럴싸한 색상도 뽑아내고, 심지어 접사도 되지만
그래도 폴라는 폴라인지라....날씨나 장소에 제약 많은 저 녀석.

하루종일 끌고 다녀도 한장도 못 찍는 날도 허다하고
무슨 근육강화훈련도 아니고(- -a;;) 어깨 빠지게 무거운 저녀석
(비상시 무기로도 충분한!! 진정한 쇳덩이- -a;;)을 꼬박 꼬박 챙기는 이유는



필름값따위 걱정 안해도 되고, 쨍쨍한 색깔을 뽑아내는 디카의 직사각형이
아닌 사각의 맛때문.
현장에서 따끈따끈 막 토해내는 흰색 사각 프레임.
현상액이 서서히 퍼지면서 하얗게 피어오르는 낯선 풍경. 그 기다림이 즐겁다.


반즈음은 일때문, 갑작스레 결정된 홍콩행. 초스피드로 짐싸면서 잠시 망설였다.
과연 찍을 새나 있으려나? 그런 주제에 릴레이폴라까지 챙겼다아아~~

그리고....

남아있던 한장 찍고 필름팩 교체하고나니 접히질 않는거다!!! @_________@
작년 가을 즈음인가 비슷한 증상으로 고장난 거 아닌가 엄청 겁먹게 만들었다가
정상으로 돌아왔는데...그때보다 상태 심각!! 아예 접히질 않으니~~ ㅠ...ㅠ

이러지 말라구우우~ 오늘 딸랑 한장 밖에 안찍었거덩~
이거 정말 사망하신건가???

리펄스베이 비좁은 구비구비 도로. 마침 바로 코앞에서 양방향 2층버스끼리
끼워져서 옆이 딱 붙어버린 놀랄만한 사고가 벌어져 차는 오도가도 못하고 있고..
다들 놀랄만한 사고에 구경하고 사진(그니까 버스 운전기사들만 속타고 진기한 상황에
구경하느라 신난 사람들 사람들.. ^^a;;;) 찍느라 난리인데 나홀로 이 녀석과 씨름 씨름~
기계적인거 하나도 모르면서 과격하게 이것 저것 다 건드려보고 난리법석.

다행히 20여분만에 어찌어찌하다가 겨우 접히면서 빛들어간 허~~연 필름들 몇장을
마구 토해내며 겨우 정상으로. 그 사이에 도로앞도 정상화. 사건 종료.
뭐 결국은, 흐리다 못해 비뿌리는 날씨 덕에 폴라는 몇 장 못찍었다.


그래도 좋다. 서른살 먹은 이 녀석.
무겁다고 타박하지 않을테니까 오래오래 함께 다녀보자고. 나 겁주지 말구.
앞으로도 잘 부탁해.


p.s.01
필름 값 또 올랐다. 젠장~ ㅠ..ㅠ

p.s.02
습도 80%, 온몸에 풀발라 놓은 것 같은 더위를 살짝쿵 맛보고 왔더니...
이정도 즈음이야..라고 했지만 그래도 제법 더운 하루.
여름이 코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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